[뉴스데일리]경찰이 16년 동안 미궁 속에 빠져있던 '삼척 노파 살인사건'의 진범을 마침내 밝혀냈다.

과학수사 기법의 발달로 경찰은 사건 당시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물에 남아 있던 DNA와 용의자의 DNA를 대조한 끝에 마침내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고,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의 넋을 위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진범이 이듬해 숨진 까닭에 죗값을 물을 수는 없게 됐다.

강원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삼척 노파 살인사건의 진범이 A(당시 25세)씨라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의 발생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0월 2일 70대 여성 B씨는 삼척시 근덕면 자택에서 살해당했다.

사건 현장에서는 범인이 물건을 뒤진 흔적은 있었으나 피해자가 평소 금품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숨겨둔 탓에 도난당한 물품은 없었다.

30∼40가구 정도가 사는 작은 마을이었으나 당시 용의 선상에 오른 인물만 3천여 명에 달했다. 경찰은 피해자와 원한 관계에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 4명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으나 이들이 범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미궁 속에서 헤매던 사건은 경찰이 장기 미제 살인사건 해결을 위해 수사전담팀을 광역수사대 12명과 미제사건 전담수사팀 3명으로 확대 편성해 지난해 9월부터 사건 기록을 다시금 살펴보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서 채취한 담배꽁초와 피해자의 오른손 손톱에서 채취한 DNA 등 증거물과 37권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몇 달 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사건 발생 추정 시간인 오후 8∼10시에 사건 현장에서 임도로 약 1.7㎞ 떨어진 7번 국도에서 지나가던 차량을 얻어 탄 남성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

경찰은 사건 특성상 진범이 사건 발생지 주변에 연고가 있거나 지리에 밝은 인물일 것으로 보고 수사망을 좁혔고, A가 10살까지 사건 발생지와 1.5㎞가량 떨어진 곳에서 살았던 적이 있으며 피해자 집과 가까운 거리에 친척 집이 있음을 확인했다.

여기에 절도 전력이 있고 사건 당일 차량을 얻어 탄 남성과 비슷한 연령대인 A가 범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과정에서 사건 발생 당시 확보한 DNA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됐다.

경찰이 당시 차량에서 나온 지문과 A의 지문을 대조한 결과 일치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담배꽁초와 피해자 손톱 등 현장 증거물에서 확보한 DNA 또한 A의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를 받았다.

교도소 입감, 병원 치료, 출입국 등 기록과 휴대전화 기지국 정보 등을 살핀 결과 A가 물리적으로 범행이 불가능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A는 노파살해 다음 해 6월 17일 도내 다른 지역에서 절도를 시도하다가 피해자에게 발각돼 몸싸움을 벌이다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디엔에이법'(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시행된 2010년 이전에 사건이 발생하고 A도 숨진 탓에 경찰은 A의 DNA 확보에 애를 먹었으나 국과수에서 숨진 A에 대한 부검 관련 감정물 잔량을 가지고 있었던 덕에 진범을 밝혀낼 수 있었다.

경찰은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살폈으나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발자국과 범행도구가 하나뿐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A의 단독범행이라는 결론을 냈다.

그렇게 16년 동안 베일에 싸인 삼척 노파 살인사건의 진범은 마침내 A로 밝혀졌으나 이미 숨진 탓에 A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길 수 없게 됐다.

경찰은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공소권 없음'은 피의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시효가 지난 경우 등에 내려지는 불기소 처분의 일종이다.

경찰은 "억울하게 돌아가신 피해자의 명복을 빌며, 큰 아픔을 겪은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도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잊지 않고 피해자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장기 미제 살인사건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